상하이 여행 코스 이틀 동안 편하게 걷는 방법

상하이에서 살 때 한국에서 온 친구를 안내하면, 첫날 저녁엔 꼭 “생각보다 많이 걸었네”라는 말이 나왔습니다. 지도에서는 가까워 보이는 와이탄과 난징둥루도 가게마다 들르고 사진을 찍다 보면 시간이 훌쩍 지나가거든요. 처음 가는 분에게는 명소를 많이 넣는 것보다 하루에 한 지역씩 묶는 상하이 여행 코스를 권합니다. 이틀이라면 첫날은 황푸강 주변, 둘째 날은 골목과 오래된 건물을 보는 식이 편합니다.
첫날 오전은 예원에서 천천히 시작하기
첫날 동선은 예원, 난징둥루, 와이탄, 황푸강 건너편 루자쭈이 순서로 잡습니다. 예원은 명나라 때 조성된 정원이고, 주변에는 상점이 모인 예원상성과 성황묘 일대가 붙어 있습니다. 간판에 ‘豫园’이 보인다고 모두 정원 안은 아니에요. 정원에 들어가고 싶다면 입장 구역을 따로 확인해야 합니다. 저는 정원과 주변 골목을 합쳐 오전에 두 시간 정도 남겨 둡니다.
점심은 예원 주변에서 해결하되, 가장 눈에 띄는 가게에 바로 줄 서지는 않는 편입니다. 사람이 몰리는 시간에는 기다리는 시간까지 식사 일정이 되니까요. 가게에 들어가 “我们两位”라고 말하면 ‘저희 두 명이에요’라는 뜻입니다. 발음은 Wǒmen liǎng wèi. 여기서 两은 liǎng, 位는 wèi로 읽습니다. 인원수를 말할 때 쓰는 짧은 표현이라 메뉴 이름을 몰라도 바로 써먹을 수 있습니다.
예원역에서 지하철로 이동해 난징둥루를 걷고, 길 끝에서 와이탄으로 나가면 됩니다. 난징둥루는 쇼핑 거리라서 관심 있는 가게를 전부 들어가면 저녁 일정이 밀립니다. 한두 곳만 골라 들르고 강변에 시간을 더 남겨 두는 편이 좋았습니다.
와이탄은 해 질 무렵, 강 건너편은 그다음
와이탄에서는 먼저 강변을 따라 걸어 보세요. 같은 자리에서 맞은편 고층 건물만 찍기보다, 강을 등지고 오래된 건물들을 보는 순간 상하이 풍경이 훨씬 입체적으로 보입니다. 해 질 무렵부터 조명이 들어오는 시간까지 머물면 낮과 밤을 한 번에 볼 수 있고요. 다만 계절에 따라 해 지는 시간이 달라지니 여행 당일 시각을 확인해 일정을 맞추는 게 좋습니다.
시간과 체력이 남으면 진링둥루 선착장에서 여객선을 타고 루자쭈이 쪽으로 건너갈 수 있습니다. 상하이시 교통 안내에도 이 선착장이 여행자가 이용하기 편한 곳으로 소개돼 있습니다. 페리는 전망을 오래 즐기는 유람선과 성격이 다릅니다. 강을 건너는 교통수단이라 짧게 이동하면서 양쪽 풍경을 보는 재미가 있어요. 운항 시간은 당일 선착장 안내를 확인하고, 시간이 맞지 않으면 지하철로 건너가면 됩니다.
루자쭈이에 도착했다고 전망대까지 반드시 올라갈 필요는 없습니다. 와이탄에서 보던 건물 사이를 직접 걸어 보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다른 느낌이 납니다. 첫날 걸음이 길었다면 여기서는 한 곳만 보고 숙소로 돌아가세요. 상하이 여행에서 다음 날 다리 상태도 일정의 일부입니다.
둘째 날은 우캉루와 신톈디를 묶기
둘째 날 아침은 우캉루에서 시작합니다. 가로수가 있는 길을 따라 걷고, 안푸루 쪽으로 방향을 틀어 작은 가게와 카페를 보는 코스입니다. 우캉루는 사진 한 장 찍고 떠나기보다 옆길까지 걸을 때 재미가 있습니다. 주말에는 유명한 건물 앞에 사람이 몰릴 수 있으니, 사진을 위해 오래 기다리기보다 길 자체를 즐기는 쪽을 권합니다.
점심 이후에는 지하철이나 택시로 신톈디로 이동하세요. 우캉루와 신톈디를 걸어서 바로 잇겠다고 잡으면 둘째 날도 이동에 지치기 쉽습니다. 신톈디에는 상하이의 오래된 주거 건축 양식인 스쿠먼의 외관을 살린 상업 공간이 있습니다. 예원의 전통 정원, 와이탄의 강변 건물, 신톈디의 골목을 차례로 보면 ‘상하이다운 풍경’이 하나가 아니라는 게 눈에 들어옵니다.
티엔즈팡까지 가고 싶다면 신톈디 뒤에 선택 일정으로 붙이세요. 골목 구경을 좋아하는 분에게는 재미있지만, 이틀 코스에서 꼭 들어가야 하는 곳은 아닙니다. 저라면 우캉루에서 오래 걷고 싶을 때는 티엔즈팡을 빼고, 작은 상점 구경이 더 좋을 때만 넣겠습니다. 이렇게 한 곳을 고를 여유를 남겨야 여행이 덜 빡빡합니다.
지하철 준비와 길 묻는 말까지 챙기기
상하이 지하철은 이 동선의 긴 이동 구간을 잇기에 편합니다. 상하이시 교통 안내에 따르면 이용 가능한 비접촉식 해외 카드로 개찰구를 통과할 수 있고, 역 서비스센터에서는 해외 카드로 승차권도 살 수 있습니다. 카드가 모두 똑같이 작동하는 것은 아니니 출발 전에 비접촉 결제 설정을 확인하세요. 결제가 막히면 역 직원에게 단일 승차권 구매를 부탁하면 됩니다.
길을 물을 때는 목적지 이름부터 또렷하게 말하는 게 중요합니다. “请问,去豫园怎么走?”는 “실례지만 예원에는 어떻게 가나요?”라는 뜻이고, Qǐngwèn, qù Yùyuán zěnme zǒu?로 읽습니다. 특히 去는 qù, 마지막 走는 zǒu입니다. 성조를 흐리게 말하면 상대가 장소 이름을 다시 확인하는 일이 생길 수 있어요. 제가 상하이에서 살 때도 긴 문장을 외우는 것보다 목적지의 한자 이름을 화면에 띄우고 이 한 문장을 말하는 편이 훨씬 수월했습니다.
이틀이면 상하이를 다 봤다고 하기는 어렵습니다. 그래도 예원의 오래된 정원에서 시작해 와이탄의 밤을 보고, 다음 날 우캉루 골목을 걸으면 이 도시가 왜 다시 오고 싶어지는지는 꽤 선명하게 느낄 수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