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징 여행 맛집 실패 없이 고르는 방법

상하이에서 살 때 베이징에 갈 일이 생기면, 중국어를 아는 친구들도 식당 앞에서 한참을 망설이곤 했습니다. 이름난 가게는 많은데 한 끼에 무엇을 먹어야 베이징다운지 판단하기가 어렵다는 거죠. 저도 중국어를 가르치면서 여행 질문을 받을 때 식당 이름부터 길게 나열하지 않습니다. 먼저 오리구이, 양고기 훠궈, 자장면, 간식 가운데 그날 먹고 싶은 음식을 고르라고 말합니다. 베이징 여행 맛집은 그 순서로 찾는 편이 동선도 짜기 쉽습니다.
오리구이는 가게보다 주문 단위를 먼저 확인하세요
베이징 오리구이는 北京烤鸭, Běijīng kǎoyā입니다. 얇은 전병에 오리고기와 파, 오이, 甜面酱, tiánmiànjiàng을 곁들여 먹습니다. 혼자 여행한다면 유명하다는 말만 듣고 들어가기보다 반 마리 주문이 가능한지부터 물어보는 게 좋습니다. 可以点半只吗? Kěyǐ diǎn bàn zhī ma?는 ‘반 마리 주문할 수 있나요?’라는 뜻입니다. 가능 여부와 곁들이는 음식은 지점과 메뉴에 따라 다릅니다.
동선을 잡기 쉬운 곳은 첸먼의 셴위커우입니다. 베이징시 안내 자료에는 이 일대의 便宜坊, Biànyífāng이 소개돼 있습니다. 여기서 便宜는 일상적으로 ‘싸다’는 뜻의 piányi로 배우지만, 상호는 Biànyífāng으로 읽습니다. 글자만 보고 ‘피앤이팡’이라고 말하면 못 알아들을 수 있는 이유가 바로 이 발음 차이예요. 첸먼 거리에는 全聚德, Quánjùdé도 있어 관광 뒤 식사 장소를 잡기 편합니다. 어느 가게든 방문 전에는 현재 영업 여부와 예약 방식을 확인하는 게 안전합니다.
두 사람이 한 마리를 주문할 생각이라면 전병과 소스가 기본 구성인지도 메뉴에서 보세요. 사진에는 한 상 가득 차려져 있어도 실제 주문 화면에서는 추가 항목으로 나뉘는 경우가 있습니다. 처음부터 반찬을 여러 개 고르기보다 오리구이를 주문하고 부족할 때 더하는 편이 식사량을 맞추기 쉽습니다.
양고기 훠궈는 ‘맵기’보다 육수와 소스를 보세요
베이징식 양고기 훠궈는 涮羊肉, shuàn yángròu라고 부릅니다. 涮은 얇게 썬 고기를 끓는 물에 잠깐 흔들어 익히는 동작을 가리켜요. 붉고 얼얼한 육수를 떠올리고 갔다가 맑은 국물이 나와 당황하는 분이 있는데, 이 음식은 양고기와 진한 참깨 소스의 조합이 중심입니다. 베이징시 관광 안내도 구리 냄비의 맑은 육수와 참깨 소스를 대표적인 먹는 방식으로 소개합니다.
대표적인 선택지로는 뉴제의 聚宝源, Jùbǎoyuán과 톈탄 남문 근처의 南门涮肉, Nánmén shuànròu가 있습니다. 뉴제는 베이징의 할랄 음식 거리로 알려져 있어 양고기 식사를 일정에 넣기 좋습니다. 다만 구리 냄비라는 말만 보고 모든 가게가 같은 구성이라고 생각하면 곤란합니다. 메뉴에서 양고기 부위, 채소, 소스가 각각 어떻게 주문되는지 확인하세요. 맵지 않은 음식을 찾는다면 不要辣, Bú yào là보다 육수가 어떤 것인지 묻는 편이 더 정확합니다. 这个锅底是什么? Zhège guōdǐ shì shénme?라고 하면 ‘이 냄비 육수는 무엇인가요?’라는 뜻입니다.
가벼운 한 끼는 베이징식 자장면으로 고르세요
혼자 먹거나 관광 사이에 식사 시간이 짧다면 炸酱面, zhájiàngmiàn이 편합니다. 한국식 자장면처럼 달고 촉촉한 소스를 기대하면 첫입이 의외일 수 있어요. 베이징식은 짭짤한 장에 면과 채소를 비벼 먹는 맛에 가깝습니다. ‘炸’는 여기서 zhá라고 읽습니다. 늘 zhà로 읽는 글자로 외웠다면 주문할 때 한 번 더 주의할 만합니다.
간판에 老北京炸酱面, Lǎo Běijīng zhájiàngmiàn이라고 적혀 있어도 맛이 모두 같지는 않습니다. 채소가 따로 나오는지, 장을 직접 섞는지부터 살펴보세요. 처음이라면 장을 한꺼번에 붓지 말고 조금씩 비벼 짠맛을 맞추는 게 낫습니다. 베이징시의 음식 안내에도 자장면이 지역 음식으로 소개돼 있지만, 실제 한 그릇의 간은 가게마다 차이가 큽니다.
주문 화면이 익숙하지 않을 때는 사진을 가리키며 这个,来一份。 Zhège, lái yí fèn이라고 말해도 됩니다. ‘이것 한 개 주세요’라는 자연스러운 주문 표현이에요. 교재에서 배운 긴 문장보다 붐비는 식당에서는 이렇게 짧고 또렷한 말이 더 잘 통할 때가 많습니다.
간식은 호국사에서 조금씩 맛보세요
후궈쓰 거리의 护国寺小吃, Hùguósì xiǎochī는 베이징 간식을 여러 종류 고르기 좋은 곳입니다. 처음부터 특이한 음식만 담기보다 艾窝窝, àiwōwo 같은 찹쌀 간식이나 완두콩으로 만든 豌豆黄, wāndòuhuáng부터 맛보면 부담이 적습니다. 베이징 관광 안내에도 이 일대 간식 가게와 메뉴가 소개돼 있습니다. 같은 이름의 가게와 지점이 있으니 지도에서 가려는 지점을 확인하세요.
豆汁儿, dòuzhīr는 특히 설명이 필요합니다. 일반적인 두유인 豆浆, dòujiāng과 다른 음료예요. 녹두를 발효해 만든 특유의 시큼한 맛이 있어서 여행객 사이에서도 호불호가 큽니다. 전통적으로는 바삭한 튀김인 焦圈, jiāoquān과 함께 먹습니다. ‘베이징에 왔으니 꼭 큰 그릇을 비워야 한다’고 생각할 필요는 없습니다. 궁금하다면 동행과 한 그릇을 나눠 맛보는 정도면 충분합니다.
하루 일정에 넣는다면 점심은 첸먼에서 오리구이나 자장면, 저녁은 뉴제나 톈탄 근처에서 양고기 훠궈처럼 음식과 지역을 함께 묶어 보세요. 유명 가게를 몇 곳 찍었는가보다 메뉴를 이해하고 원하는 맛을 제대로 주문했는가가 더 오래 기억에 남습니다. 베이징 음식은 이름의 발음 하나, 소스 한 접시의 차이를 알고 먹을 때 훨씬 재미있어집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