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문화공정 주장에 휘둘리지 않고 원문 읽는 방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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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문화공정 주장에 휘둘리지 않고 원문 읽는 방법

상하이에서 살 때 한 학생이 김치 관련 중국어 기사를 가져와 물었습니다. “여기 ‘중국의 파오차이’라고 쓰였는데, 김치가 중국 음식이라는 뜻인가요?” 문장을 다시 읽어 보니 기사에서 말하는 음식은 쓰촨식 절임 채소였습니다. 중국어 단어 하나를 어떻게 옮기느냐에 따라 기사의 뜻이 달라진 셈이죠. 중국 문화공정 이야기를 접할 때도 먼저 원문이 정확히 무엇을 주장하는지 확인해야 합니다.

중국 문화공정이라는 말부터 구분하기

한국에서 ‘중국 문화공정’은 한복, 김치 등 한국 문화의 기원이나 소속을 중국 쪽으로 설명하려는 주장과 논란을 묶어 부를 때 쓰입니다. 반면 동북공정은 중국 동북 지역의 역사 연구를 둘러싼 특정 사업을 가리키는 이름입니다. 두 표현을 같은 사업명처럼 쓰면 어떤 주장에 답하는지 흐려집니다.

중국어 기사에서 文化工程(wénhuà gōngchéng)을 봤다고 해서 곧바로 한국에서 말하는 ‘문화공정’으로 번역해서도 안 됩니다. 글의 맥락에 따라 문화 관련 사업이나 계획을 뜻할 수 있습니다. 저는 학생들에게 먼저 제목의 강한 단어를 잠시 내려놓고, 본문에서 누가 무엇을 했다는 문장을 찾게 합니다.

한복 논란은 옷의 이름과 설명 문장을 함께 읽기

한복 관련 글에서는 韩服(Hánfú)와 汉服(Hànfú)를 구분해야 합니다. 첫 글자의 성조가 각각 2성과 4성이고, 글자도 다릅니다. 韩은 한국을 가리킬 때, 汉은 한족을 가리킬 때 쓰입니다. 한글로 둘 다 ‘한푸’라고만 적으면 논란의 대상인 두 옷이 문장 속에서 뒤섞입니다. 중국어를 가르칠 때 제가 성조와 한자를 함께 적는 이유도 여기에 있습니다.

또 朝鲜族(Cháoxiǎnzú)은 중국의 조선족을 가리킵니다. 중국의 한 행사에 조선족이 한복을 입고 등장했다는 사실과, 한복의 기원이 중국이라는 주장은 서로 다른 문장입니다. 전자는 누가 행사에 참여했는지에 관한 설명이고, 후자는 문화의 기원에 관한 주장입니다. 중국 정부의 민족 관련 자료에도 조선족의 전통 의복이 소개됩니다. 그 자료에 의복이 나온다는 사실만으로 기원에 관한 주장까지 입증되지는 않습니다.

원문에 “朝鲜族穿着传统服饰”라고 적혀 있다면 뜻은 ‘조선족이 전통 의복을 입고 있다’입니다. 여기에는 옷의 기원을 판정하는 말이 없습니다. 반대로 “起源于中国(qǐyuán yú Zhōngguó·중국에서 기원했다)”이나 “属于中国文化(shǔyú Zhōngguó wénhuà·중국 문화에 속한다)”라고 쓰였다면, 그때는 근거를 따져야 할 구체적인 주장이 생긴 겁니다.

김치와 파오차이는 무엇이 등재됐는지 확인하기

김치 논란에서 자주 보이는 단어는 泡菜(pàocài)입니다. 중국어에서 절임 채소를 가리키는 말로 쓰이고, 문맥에 따라 김치를 중국어로 설명할 때도 등장합니다. 그래서 이 단어만 보고 어떤 음식을 뜻하는지 단정하기 어렵습니다. 韩国泡菜(Hánguó pàocài)처럼 앞에 붙은 말, 제조 방식, 기사에서 지칭하는 지역을 함께 읽어야 합니다.

실제 자료를 보면 구분은 더 분명해집니다. 유네스코는 2013년 한국의 ‘김장, 김치를 만들고 나누는 문화’를 인류무형문화유산 대표목록에 올렸습니다. 국제표준화기구가 2020년에 발표한 파오차이 규격에는 그 규격이 김치에 적용되지 않는다고 명시돼 있습니다. ‘파오차이 표준이 생겼다’는 문장과 ‘김치가 그 표준에 포함됐다’는 문장은 같은 뜻이 아닙니다.

등재 기사를 읽을 때는 동사도 중요합니다. 申报(shēnbào)는 신청하거나 제출한다는 뜻이고, 列入(lièrù)은 목록에 올린다는 뜻입니다. 둘 다 ‘어느 나라가 모든 관련 문화의 소유권을 인정받았다’는 의미는 아닙니다. 무엇이, 어느 나라의 신청으로, 어떤 이름의 목록에 올랐는지까지 읽어야 기사의 범위를 알 수 있습니다.

원문을 볼 때는 세 문장을 찾아보기

중국 문화공정 관련 게시물이 눈에 띄면 저는 세 가지를 확인합니다. 첫째, 발언한 주체가 정부 기관인지, 언론인지, 개인 계정인지 봅니다. 둘째, 원문에 실제로 적힌 동사를 찾습니다. ‘입었다’, ‘소개했다’, ‘기원했다’, ‘속한다’는 서로 다른 주장입니다. 셋째, 행사 소개인지, 문화유산 등재인지, 식품 규격인지 확인합니다. 자료의 종류가 다르면 거기서 읽어 낼 수 있는 내용도 다릅니다.

중국어 공부에도 이 과정이 도움이 됩니다. 화가 나는 제목일수록 낯선 단어를 아는 말로 급히 바꿔 읽기 쉽거든요. 저도 상하이에서 생활하며 같은 한자를 보고도 한국어에서 익숙한 뜻과 현지의 쓰임이 어긋나는 순간을 여러 번 겪었습니다. 한 글자와 한 문장을 정확히 읽는 일은 작은 습관이지만, 문화에 관한 주장 앞에서는 그 차이가 꽤 큽니다.

중국 문화공정 주장에 휘둘리지 않고 원문 읽는 방법 - 요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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