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상하이 여행 처음이라면 이렇게 준비하세요

상하이에서 살 때 여행 온 지인에게 가장 자주 받은 전화는 길을 잃었다는 전화보다 결제가 안 된다는 전화였습니다. 지도에 목적지는 찍혀 있는데 기사에게 보여 줄 중국어 이름이 없거나, 계산대 앞에서 처음 결제 앱을 켜는 경우도 있었죠. 중국 상하이 여행은 관광지 목록을 길게 만드는 것보다 이동과 결제를 먼저 준비하면 훨씬 편해집니다.
숙소는 가고 싶은 곳보다 이동 동선으로 고르세요
처음 가는 분이라면 숙소를 고르기 전에 도착 공항부터 확인하세요. 상하이에는 푸둥공항과 훙차오공항이 있습니다. 이름만 보고 같은 공항의 다른 터미널처럼 생각하면 일정이 꼬입니다. 두 공항 사이에는 공항연락선이 운행되지만, 상하이시 안내 기준으로 공항 간 열차 이동만 약 40분입니다. 역까지 걷는 시간과 환승 시간은 따로 잡아야 합니다.
와이탄과 난징둥루를 중심으로 걸을 계획이라면 그 주변 지하철역과 숙소의 거리를 먼저 보세요. 지도에서 가까워 보여도 역 출구에서 숙소까지 캐리어를 끌고 걷는 길은 생각보다 깁니다. 예약 화면에 적힌 영문 숙소명과 중국어 주소를 함께 저장해 두면 택시를 탈 때도 유용합니다. 기사에게 한국어로 읽은 호텔 이름을 말하는 것보다 주소 화면을 보여 주는 편이 정확할 때가 많습니다.
여기서 발음 하나만 기억해도 좋습니다. 상하이는 ‘상하이’라고 해도 통하지만, 중국어로는 上海 Shànghǎi입니다. 뒤 글자 hǎi는 3성입니다. 반면 와이탄은 外滩 Wàitān으로, 두 번째 글자 tān이 1성이죠. 한글 표기만 외우면 이 차이가 사라집니다. 목적지를 말할 때는 발음에만 기대지 말고 한자까지 보여 주세요.
첫날은 와이탄과 난징둥루를 한 동선에 넣으세요
도착한 날에는 욕심내서 도시 양쪽을 오가기보다 난징둥루 南京东路 Nánjīng Dōnglù와 와이탄 外滩 Wàitān을 묶는 편이 낫습니다. 상하이시의 도보 코스 안내도 인민광장, 난징둥루, 와이탄을 이어 걷는 동선을 소개합니다. 쇼핑 거리에서 강변으로 걸어 나가면 오래된 건물들과 강 건너 푸둥의 높은 건물이 한 번에 들어옵니다. 사진 한 장보다 ‘상하이가 왜 이렇게 생겼는지’를 눈으로 이해하기 좋은 구간입니다.
시간이 넉넉하면 다음 날 예원 豫园 Yùyuán과 그 주변을 따로 잡으세요. 예원 일대를 급하게 보고 와이탄까지 뛰어가면 골목의 분위기를 놓치기 쉽습니다. 저는 이틀 일정이라면 첫날은 난징둥루와 와이탄, 둘째 날은 예원과 관심 있는 동네 한 곳으로 나눕니다. 박물관이나 전망대처럼 입장 시간이 정해진 곳을 넣었다면 그 일정부터 배치하고, 길 걷는 시간은 넉넉히 남겨 두는 편이 좋습니다.
지하철과 결제는 출발 전에 한 번 써볼 준비를 하세요
상하이 지하철은 여행 동선을 잡기 편합니다. 상하이시 교통 안내에 따르면 일반 지하철 요금은 이동 거리에 따라 계산되고, 6km까지는 3위안부터 시작합니다. 공항연락선처럼 별도 요금 체계가 적용되는 노선도 있으니 공항에서 숙소까지의 요금을 일반 지하철 기준으로 짐작하지는 마세요.
결제 방법은 하나만 믿지 않는 게 좋습니다. 상하이 지하철은 조건에 맞는 비접촉식 해외 카드로 개찰구를 통과할 수 있고, 역 서비스센터에서 해외 카드로 1회권을 살 수도 있습니다. 다만 카드의 비접촉 결제 설정이나 발급사 조건에 따라 현장에서 바로 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 알리페이나 위챗페이를 쓸 계획이라면 출발 전에 가입과 카드 등록을 끝내고, 휴대전화 데이터 연결 방법도 확인해 두세요. 화면이 열리지 않으면 등록을 마쳤어도 계산대에서는 쓸 수 없으니까요.
가게에서는 결제 QR코드를 가리키며 ‘我扫这个吗? Wǒ sǎo zhège ma?’라고 물으면 ‘제가 이걸 스캔하나요?’라는 뜻이 됩니다. 扫 sǎo와 码 mǎ를 합친 扫码 sǎomǎ는 현장에서 자주 듣는 말입니다. 교재에서 배운 긴 문장보다 상대가 보는 화면을 가리키고 짧게 묻는 편이 빠를 때가 많습니다.
길에서 바로 쓸 문장은 짧게, 성조는 정확하게
여행 중국어를 준비하는 분들이 ‘실례합니다, 제가 이곳에 가고 싶은데 어떻게 가야 하는지 알려 주실 수 있으세요?’ 같은 문장을 통째로 외우곤 합니다. 공손한 뜻은 좋지만 시끄러운 길에서는 길수록 말하기 어렵습니다. ‘请问,去外滩怎么走? Qǐngwèn, qù Wàitān zěnme zǒu?’면 충분합니다. 请问은 말을 걸 때 붙이는 표현이고, 去는 ‘가다’, 怎么走는 ‘어떻게 가나요’라는 뜻입니다.
역에서 방향이 헷갈리면 ‘到人民广场吗? Dào Rénmín Guǎngchǎng ma?’처럼 목적지만 바꿔 물어도 됩니다. 여기서 人民广场은 인민광장입니다. 장소 이름을 한자와 병음으로 같이 저장해 두면 상대의 답을 못 알아들어도 표지판과 대조할 수 있습니다. 중국어를 잘해야만 길을 찾는 건 아닙니다. 짧은 문장에 정확한 목적지를 넣는 게 더 실용적입니다.
음식 주문에서는 ‘这个不要辣。 Zhège bú yào là.’, 즉 ‘이건 맵지 않게 해 주세요’가 쓸 만합니다. 不는 원래 bù지만 뒤에 4성인 要 yào가 오면 bú로 발음합니다. 이 작은 변화가 자연스러운 말소리를 만드는 부분이죠. 다만 이미 양념된 음식은 맵기를 조절하기 어려울 수 있으니 메뉴 사진을 가리키며 확인하는 게 안전합니다.
상하이는 유명한 장소가 많지만, 제가 오래 기억하는 장면은 대개 목적지 사이에서 생겼습니다. 강변으로 걸어가는 길, 주문이 잠깐 막혔다가 한 문장으로 풀리는 순간 같은 것들이요. 일정은 조금 느슨하게 잡고, 중국어 이름과 결제 수단은 꼼꼼히 챙겨 가면 도시를 보는 여유가 생깁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