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하이 춘절에 당황하지 않고 여행하는 방법

상하이에 살 때 춘절이 다가오면 동네 분위기가 먼저 달라졌습니다. 평소 다니던 작은 식당은 문에 휴무 안내를 붙이고, 한산해진 골목과 달리 기차역은 귀성객으로 붐볐죠. 상하이 춘절을 여행한다면 ‘도시 전체가 쉰다’고 생각할 필요도, 평소처럼 움직일 거라고 기대할 수도 없습니다. 날짜와 장소에 따라 분위기가 꽤 다릅니다.
춘절 당일보다 앞뒤 이동 날짜를 먼저 보세요
춘절은 중국어로 春节(Chūnjié)입니다. 일상 대화에서는 过年(guònián), 곧 ‘새해를 쇠다’라는 말도 자주 들립니다. 여행 일정에서 중요한 건 춘절 하루만이 아닙니다. 가족을 만나러 떠나고 돌아오는 사람이 몰리는 春运(chūnyùn), 즉 춘절 전후의 대규모 이동 기간까지 함께 봐야 합니다.
예를 들어 상하이시 교통 당국은 2026년 춘절 이동 안내에서 연휴 직전인 2월 13일을 주요 출발 혼잡일, 연휴 끝 무렵인 2월 23일을 주요 귀환 혼잡일로 예상했습니다. 이 날짜를 다음 해 일정에 그대로 대입하면 안 되지만, 혼잡이 연휴 첫날과 마지막 날에만 생기는 것은 아니라는 점은 기억할 만합니다. 항공편이나 고속철을 탈 계획이라면 해당 연도의 연휴 일정과 역별 안내를 따로 확인하는 편이 안전합니다.
除夕(Chúxī)는 음력 섣달그믐, 初一(chūyī)는 음력 정월 초하루입니다. 중국 친구가 “除夕回家”라고 하면 섣달그믐에 집에 간다는 뜻이고, “初一见”이면 새해 첫날 만나자는 말입니다. 한국어로 둘 다 막연히 ‘설날’이라고 옮기면 약속 날짜를 잘못 이해할 수 있어요.
한산한 거리와 붐비는 명소를 따로 생각하세요
춘절의 상하이가 전부 텅 비는 건 아닙니다. 주거지의 작은 골목은 조용해져도 위위안 일대처럼 명절 행사가 열리는 곳은 방문객이 몰릴 수 있습니다. 2026년 위위안 등불 행사는 여러 구역에서 열렸고, 일부 구역은 무료였지만 핵심 관람 구역은 유료였습니다. 섣달그믐에는 등불 행사가 쉬기도 했습니다. ‘위위안에 간다’는 계획만 세우기보다 보고 싶은 행사 구역의 운영일과 입장 방식을 확인해야 하는 이유입니다.
오전에는 동네를 걷고 저녁에는 등불을 보는 식으로 일정을 잡았다면, 이동 시간에도 여유를 두는 게 좋습니다. 평소의 지하철 소요 시간에 입장 대기와 보행 인파까지 더해질 수 있으니까요. 역 대합실의 연장 운영이나 지하철 증편 같은 조치는 해마다, 노선마다 달라집니다. ‘춘절이니 지하철이 일찍 끊기겠지’ 또는 ‘늦게까지 다니겠지’라고 짐작하지 말고 그해 공지를 확인하세요.
식당에서는 영업 여부와 예약을 따로 물으세요
여행자가 가장 쉽게 놓치는 부분은 식당입니다. 큰 상권에는 문을 여는 곳이 있어도, 숙소 근처에서 마음에 든 작은 가게는 며칠 쉴 수 있습니다. 반대로 문을 연 식당도 가족 모임 손님으로 자리가 없을 수 있죠. 중국어 교재에서 식당 예약 문장을 배웠더라도, 먼저 영업 여부부터 확인해야 대화가 자연스럽게 이어집니다.
- “春节期间营业吗?”(Chūnjié qījiān yíngyè ma?) — 춘절 기간에 영업하나요?
- “今天开门吗?”(Jīntiān kāimén ma?) — 오늘 문 여나요?
- “需要预约吗?”(Xūyào yùyuē ma?) — 예약이 필요한가요?
- “现在要等多久?”(Xiànzài yào děng duōjiǔ?) — 지금 얼마나 기다려야 하나요?
여기서 营业(yíngyè)는 가게가 영업한다는 뜻이고, 开门(kāimén)은 문자 그대로 문을 연다는 뜻에서 일상적으로 ‘오늘 하나요?’라는 질문에 쓰입니다. 전화나 메시지로 연휴 전체의 영업 계획을 물을 때는 첫 문장이 알맞고, 가게 앞에서 당일 영업을 확인할 때는 두 번째 문장이 간편합니다. “开门”의 门(mén)을 한글 ‘먼’으로만 외우면 실제 소리를 듣고 연결하기 어렵습니다. 병음과 성조를 함께 익혀 두는 편이 낫습니다.
새해 인사는 상대와 상황에 맞춰 건네세요
길에서 들리는 “新年快乐!”(Xīnnián kuàilè)는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에 가까운 넓은 인사입니다. “过年好!”(Guònián hǎo)는 춘절을 맞아 건네는 조금 더 생활감 있는 인사고요. “恭喜发财!”(Gōngxǐ fācái)는 재물이 들어오길 비는 명절 인사입니다. 모두 외워서 한꺼번에 말할 필요는 없습니다. 식당 직원이나 숙소 직원에게는 “新年快乐!” 한마디만 건네도 충분히 자연스럽습니다.
红包(hóngbāo)는 붉은 봉투에 돈을 담아 주는 명절 풍습을 가리킵니다. 관광객이 만나는 사람마다 준비해야 하는 예절은 아닙니다. 가족이나 가까운 관계에서 오가는 문화라는 맥락을 알면, 거리의 붉은 장식과 광고에서 이 단어가 유난히 많이 보이는 이유도 이해됩니다.
제가 수업에서 강조하는 건 어려운 명절 표현을 많이 외우는 일이 아닙니다. ‘언제 쉬나요?’, ‘오늘 문 여나요?’, ‘예약해야 하나요?’처럼 여행의 다음 행동을 바꾸는 질문을 정확히 말하는 일이죠. 춘절의 상하이는 평소와 리듬이 다릅니다. 그 차이를 알고 움직이면 조용한 골목도, 북적이는 등불 거리도 각자의 모습으로 보입니다.
